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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열차가 철로를 누비기까지 #2 - 도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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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로템 2019. 9. 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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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뼈대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최종 제품 출고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현대로템 창원공장! 지난번에는 현대로템과 협력업체들이 설계하고 제작한 각 파트가 모여 하나의 차체로 완성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은 정성 들여 만든 차체가 멋진 옷을 입는 도장 공정입니다. 투박했던 회색 차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멋진 컬러로 빛나게 될까요?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디자인은 물론 방음과 보호까지 책임지는 도장

상부와 사이드, 바닥과 앞뒤 파트가 모두 용접작업으로 완성된 차체는 좌석과 전기설비 등 내외부 구조물을 넣는 ‘의장’ 작업 전 차량의 외부를 칠하는 ‘도장’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도장은 열차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이 밖에도 소음을 줄이고 차량의 부식과 산화를 줄이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주로 부식과 산화가 잘 되는 알루미늄이나 강철 차체에 전체 도장을 하고 스테인리스 차량은 부분 도장을 하거나 띠 필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 현대로템 창원공장 도장공장의 전경

도장은 크게 액체 도장과 분체 도장으로 나뉩니다. 분체 도장은 도장할 면에 가루 상태의 페인트가 들러붙게 한 후 가마에 넣어 180~220℃로 15~30분간 열을 가해 흡착시키는 도장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균일한 도장 면을 형성하고 도료가 단단히 굳어 잘 떨어지지 않지만, 건조로의 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대한 제품은 도장할 수 없습니다. 버스 및 대형 트럭이나 철도차량과 같은 대형 제품은 액체 상태의 페인트를 시너 등 희석제와 섞어 붓이나 롤러, 에어 브러시, 에어리스 스프레이 등으로 칠하는 액체 도장을 주로 사용합니다.


단단한 도장을 위한 ‘칠하고 연마하고’의 반복

차체공장에서 용접된 차체는 임시 대차 위에 얹어 공장 내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도장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차체 도장은 크게 여섯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가장 첫 작업은 ‘쇼트 블라스트’입니다. 조립을 마친 차체는 용접액이나 기름 등으로 오염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아주 작은 입자인 ‘쇼트볼(Short Ball)’을 차체 표면에 10bar 이상의 공기압으로 분사해 줍니다. 이 작업을 ‘쇼트 블라스트(Short Blast)’라고 하는데, 쇼트 블라스트는 이물질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표면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내어 도장이 소재에 흡착되는 표면적을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업 덕분에 도장 시스템이 오랜 시간 동안 문제없이 잘 부착되어 수명을 확보하는 것이죠.

쇼트 블라스트를 마친 차체에는 도장 전 금속의 색깔을 가리고 페인트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머를 얇게 발라 굳히는 ‘기초도장’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프라이머 도장 작업은 차체 소재에 우수한 부착성능 가진 제품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도장 시스템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발라놓은 프라이머가 완전히 마르면 요철을 메꾸고 평평한 표면을 만들기 위한 ‘퍼티’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 (왼쪽) 퍼티 작업 전 모습, (오른쪽) 퍼티 작업을 여러 번 거쳐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표면

퍼티 작업은 차체의 요철을 엔지니어가 직접 관찰하며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표면의 요철이 조금씩 메꿔지게 됩니다. 우수한 외관을 확보하기 위해서 퍼티 작업은 도료를 주걱으로 보통 4~5회 이상 덧발라가며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퍼티 표면에 대한 연마 작업까지 마치면 오른쪽 사진처럼 고운 입자감을 가진 표면이 완성됩니다.


엔지니어와 로봇이 완성하는 최상의 도장 퀄리티

▲ 중도 도장을 마치고 건조 중인 차체의 모습

퍼티 작업을 마친 차체는 ‘중도 도장(Surfacer Coating)’을 진행합니다. 중도 도장은 두꺼운 퍼티 작업으로 발생한 미세 에어포켓을 모두 메꿔주며, 가장 마지막으로 진행될 ‘상도 도장(Top Coating)’이 차량에 더욱 잘 붙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중도 도장이 완전히 마른 후에 표면을 최종적인 연마 작업을 통하여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외부 평활도를 구현합니다. 현대로템은 이 모든 과정에서 평활도를 각 부위별로 꼼꼼히 체크하는 ‘QC(Quality Control)’ 과정을 진행하며 불량률을 낮추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바탕 컬러로 상도 도장 작업을 위해 대기 중인 차체. 좌우에 노란 커버가 씌워져 있는 것이 자동으로 도장을 진행하는 7축 로봇이다

이제 차량의 본격적인 컬러를 내주는 상도 도장의 차례입니다. 사진은 도색을 준비 중인 전동차의 모습으로, 먼저 도장공장 내 설비된 7축 로봇이 바탕이 되는 컬러를 칠해줍니다. 이전에 모든 도장을 수작업으로 진행했을 때는 표면의 도장 상태가 균일하지 못하거나 수작업에 의한 먼지 및 기타 이물질 부착 등이 발생해 재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2018년 8월 로봇 도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는 도장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줄어 생산성과 품질 모두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비용도 30%가량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 도장을 마치면 건조 부스로 이동해 원적외선 히터로 열 건조를 거친다

▲ 바탕 컬러 도장을 마치고 흑색 띠 부분을 수작업으로 도장하기 위해 대기 중인 EMU-250 차체

바탕 컬러를 모두 칠한 차량은 건조장으로 이동해 원적외선 건조기로 열을 쬐어 말려주며, 충분히 열 건조를 마친 차량은 냉풍기로 식히게 됩니다. 위 사진은 바탕 컬러를 도색하고 건조를 마친 EMU-250 차량인데요. 건조가 완료 차체에는 디자인 도면에 따라서 수작업으로 흑색 띠 부분을 칠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 부분도 칠하기 전 연마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 도료의 부착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작업자 안전과 소음 방지를 위한 상ㆍ하부 도장

이쯤 되면 도장이 모두 끝난 것 같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잘 보이지 않는 상부와 하부에도 별도의 도장이 필요합니다. 상부에는 최종 상도 도장 위에 엔지니어의 안전을 위한 특수 도장을 추가로 진행해야 합니다. 차량의 상부에는 에어컨 및 여러 가지 장비가 설치되는데, 추후 청소가 필요하거나 고장을 수리하는 등 작업을 위해 엔지니어가 지붕에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때 지붕이 미끄럽다면 엔지니어가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차체 지붕에는 미끄럼 방지 도료를 발라줍니다. 


▲ 상부 에어컨을 삽입하는 부분에는 미끄럽지 않도록 도막 작업을 진행한다

1차로 지붕에 미끄럼을 방지하는 도료를 바른 후, 그 위에 모래를 뿌려 굳힌 상태에서 2차로 미끄럼 방지 도료를 다시 한번 발라 굳힙니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낯선 이 작업을 ‘도막’이라 부르죠. 도막 작업을 마친 지붕에는 작은 요철이 생겨 엔지니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꺼운 도료가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소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도막 작업을 마친 철도차량의 모습

▲ 스테인리스 차량 역시 하부는 강철로 만들기 때문에 부식과 소음을 방지할 수 있는 도료를 도포한다

상도 도장과 지붕 도막 작업을 마친 차량은 리프트로 들어 올려 도장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부에는 컬러 도장을 진행한 후에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음 도료를 추가로 적용하는데, 차량 내부에도 같은 방음 도료를 도포해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방금 소개해 드린 상부와 하부의 특수도장은 별도의 컬러링을 진행하지 않는 스테인리스 차량 역시 모두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 도장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걸러주는 대기오염 방지시설

도장용 도료 등 화학물질이 우리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신다고요? 현대로템 창원공장에는 대기오염 방지시설이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도장에 쓰이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공장 내부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필터링하여 안전한 환경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 도장 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매끈한 표면의 EMU-250. 사진은 공장에서 시운전 중인 EMU-250의 모습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컬러의 고속전철은 이렇듯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작업 표준 지침으로 볼 때 차체 한 대의 도장을 마치는 데 영업일 기준 26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제 도장을 마친 차량은 내부의 기자재를 설비하는 ‘의장’ 과정을 거친 후 차량을 움직이는 중심이 되는 대차와 결합해 만듦새와 안전성을 검사한 후 출고하게 되는데요. 이제 중반을 넘게 달려온 철도차량의 제작 여정에 앞으로도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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