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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있는 산악 철도 상식

전국 구석구석으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보내는 철도. 하지만 산을 오르는 기차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경사진 산비탈을 오르는 게 쉽지 않아서인데요. 결국 사람들은 기차가 산에 오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오늘 알쓸신철은 기차가 산으로 가는, 산악 철도기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차 바퀴는 자동차 바퀴처럼 타이어를 감은 것도 아닌, 그냥 철제입니다. 게다가 매끈한 철제 레일 위를 주행하기 때문에 자동차에 비해 마찰력이 낮은 편이라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공전 현상을 막기 위한 살사장치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선로를 설계할 때 선로의 최대 한계 구배(기울기)를 35퍼밀(1km당 35m 고저 차)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악지형과 같이 기차가 선로의 최대한계 구배를 초과해야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경사면을 오를 수 있을까요?

▲알아두면 쓸데있는 공전 현상과 살사장치 상식 바로가기 


생명줄 잡고 등반하듯 달리는 강삭철도 방식 

기차가 산에서 달리는 방법은 등산과도 비슷합니다. 암벽 코스나 경사가 높은 언덕을 오를 때는 생명줄을 붙들고 산을 오르지요. 일행이 힘들 때는 숙련된 선배가 줄을 끌어 주기도 합니다. 산악 철도에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강삭철도’라는 방식이 그것인데요. 열차에 강철 케이블을 연결하고 그 반대쪽을 언덕 끝의 엔진에 연결해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철도 차량을 운행합니다. 강삭철도 방식의 장점은 극단적인 경사에도 선로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키에브 지역의 도시형 푸니쿨라. 철로 가운데 견인을 위한 강철선과 예비 강철선 두 가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하죠. 아무리 강철 케이블이 두꺼워도 열차 전체를 견인할 만큼 강도와 견인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열차를 한 량 한 량 분리해 끌어야 합니다. 영동선 라인에서 1963년까지 운행한 통리역-심포리역 구간에 강삭철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열차를 한 량씩 끊어서 강삭철도 구간을 지나게 한 후 다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운행했다고 합니다. 

이때도 안전 문제로 차량의 승객은 모두 내려 해당 구간을 걸어서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열차가 여러 칸인 대형 철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푸니쿨라’로 대표되는 소규모 철도 노선 중 경사가 높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궤철도라고 하는 산악열차로 일부 구간은 모노레일 등이 사용되며, 궤도운송법에 근거하여 ‘포천 아트밸리’, ‘삼척 환선굴’, ‘제출 청풍호’, ‘화천 화천댐’ 등에서 관광용 소규모 모노레일을 운행합니다.


미끄럼 방지용 아이젠을 활용하는 치상 궤도 방식 

▲스위스의 산악 지역을 운행하는 치상 궤도 열차. 레일 가운데 톱니 레일과 차량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경사면을 올라간다

등산을 하다가 경사가 높거나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 구간에서는 등산화에 아이젠을 붙이고 올라가기도 하는데요. 기차가 산을 오를 때도 아이젠과 비슷한 ‘치상 궤도’라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치상 궤도’는 경사가 있는 철로 중간에 톱니 선로를 깔고 차량 하단에 톱니바퀴를 달아 맞물리게 해 언덕을 오르는 방식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출발했을 때 처음 만나는 언덕에서 ‘드르르~’ 올라갈 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치상 궤도입니다. 급경사가 많은 산악구간 등에 사용하기 좋은 방식이어서 일본의 ‘이카와선’ 등 높은 지대에 위치한 구간에서는 아직도 운행하고 있는데요. 속도가 느리고 선로와 톱니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이 심해 한국의 일반 철도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높은 언덕은 피하거나 돌아가는 스위치백과 루프식 철도 

산에 너무 높은 경사가 있다면, 무리하게 돌파하기보다는 좀 오래 걸리더라도 경사가 낮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죠. 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언덕을 다이렉트로 오르기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편하게 오르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인데요. 이러한 산악철도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영동선 흥전역~나한정역 구간 중 도계역~통리역의 스위치백 영상. 플레이 후 1분 ~1분 10초 구간에서 스위치백 후진 영상을 볼 수 있다 (출처: 철도 영상 전문 유튜브 채널 ‘Dynamic’)

'스위치백’ 방식은 선로를 지그재그 방식으로 설치해 열차가 오르는 구배의 높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스위치백 방식은 Z형으로 설치된 레일을 지그재그로 운행하며 경사를 오르는데요. 단순히 전진 후진을 반복하기 때문에 선로 분배기 이외에는 특별한 전용 설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을 체험할 수 있는 증기형 관광열차 (출처: 하이원추추파크 공식 홈페이지)

다만 열차가 후진할 때 맨 뒤 칸에서 부기관사 등 승무원이 뒤의 운행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열차가 지그재그 운행을 할 수 있도록 긴 철도 부설용 토지 공간이 확보되어야겠지요. 한국에서는 영동선의 흥전역-나한정역 구간이 스위치백으로 운행되었지만 2012년부터 폐지되었습니다. 현재는 해당 구간에 조성된 철도체험 리조트인 ‘하이원추추파크’ 내에서 스위치백 열차 체험 코스를 운행 중입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Tehachapi’ 루프식 철도의 드론 촬영 영상 (출처: Tom Spurlock 개인 유튜브 채널)

‘루프식 철도’는 고저 차가 심한 지형에 선로를 개설할 때 높은 지역을 빙 둘러 운행하도록 만든 철도를 말합니다. 영동선에서 폐지된 흥전역-나한정역 대신, 2012년 6월부터는 동백산역에서 시작해 연화산 둘레를 돌아 도계역까지 연결된 루프식 철도 터널인 솔안터널이 개통되었는데요. 스위치백과 루프식 철도 모두 주행거리를 늘려 경사를 극복하는 방식이지만 루프식 철도는 스위치백처럼 속도를 확 줄이지 않고 정차와 전후진을 반복할 필요도 없다 보니,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노선은 대부분 루프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토목 기술과 굴착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산을 오르는 대신 직통 터널을 이용해 철도 노선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공사가 어려운 곳이나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곳에서는 루프식 터널 방식도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겨울철 폭설과 결빙으로 폐쇄되는 도로를 대신할 수 있는 ‘산악트램’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요. 산악트램에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 치상 궤도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산악 철도 기술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떤 철도에서도 안전한 철도차량을 제작하는 현대로템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